달마(達磨)

6

달마가 입적하자
웅이산에 매장하고
정림사(定林寺)에는 탑을 세웠음.
삼년 뒤
후위(後魏)나라 효명제(孝明帝)의 사신,
송운(宋雲)이 서역을 다녀오는데
총령에서 달마를 만났음.
이상하게 신 한 짝을 들고 있었으며
홀로 가볍게 훌훌 날아가듯
가는 걸 보고 말을 건네었음.

"스님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서천축으로 가는 길일세." 하더니 이어서
"그대의 임금은 이미 세상을 하직하였소."
송운이 망연하여 돌아와 보니
과연 그 일은 사실이었음.
효장(孝莊)이 다음 황제로 등극해 있는지라
송운이 겪은 일을 자세히 아뢰었음.
달마의 무덤을 파보게 하였던 바
빈 관 속에는 신발 한 짝만이
남아있었다 함.
후세에 이르러
송(宋)나라는 달마에게
원각대사(圓覺大師)라는 시호를 내렸고
탑에는 공관(空觀)이란 이름을 붙였음.

유형재 그림 글 엮음. 사경 달마도 혜당.








by mosang35 | 2012/02/13 11:05 | 달마도 | 트랙백 | 덧글(0)

달마(達磨)

5

당대무비의 석학 승려 신광(神光)은
벽관달마(壁觀達磨)의 소문을 듣고,
굳게 결심한다 달마를 찾아가리,
더구나 그의 존재의 뿌리를
근원적으로 뒤흔들어 놓았던건
무제와 달마의 벼랑 끝 문답.
어떤 불가사의한 섬광이 번뜩이는
달마의 지혜 찾아
달려가리 소림사로, 불원천리하고.

저만치 석굴 안의
면벽좌선하는 달마를 향해
신광은 정중히 삼배를 올리고 법을 물었다.
그런데도 달마는 묵묵부답이다.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해는 저물고 날씨가 흐리더니
삭풍에 함박눈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이내 천지가 하앟게 덮이었다.
눈은 밤새 내리고 쌓여 다음날 새벽에는
그의 허리까지 묻히고 말았다.
그는 이제 온통 눈사람인 것이다.
뻣골을 파고드는 풍설(風雪)의 추위,
그걸 선채로 감내케 하였던 건
그의 끓고 타는 구도의 일념.
무쇠라도 녹일듯한 구도의 일편단심.

마침내 달마는 신광에게 고개를 돌린다.
눈빛이 화살같다.
"그대는 어찌하여 그렇듯 오래 눈 속에 서 있는가?"
"예, 저를 제자로 거두어 주옵소서.
큰스님의 자비로운 감로법문(甘露法門)으로
저의 미혹을 깨우쳐 주옵소서."

그러자 추상같은 소리가 떨어졌다.
"부처님의 무상도(無上道)를 이루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목숨을 내던지는 각오와 정진이
따라야 하는 법.
어찌 소덕소지(小德小智)를 얻고자 하는가?"

신광은 차고 있던 칼을 꺼내더니
단숨에 왼팔을 절단하는 것이었다.
둑둑 선혈이 백설을 물들였다.
그것은 신광의 결의의 표시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저의 마음이 아직 편안하지 못합니다.
제발 큰스님깨서
저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옵소서."
"그 불안한 마음을 당장
내게로 거져오게.
내 그대 마음을 안정시켜 주겠네."
신광은 한참 말이 없더니
이렇게 답하였다.
"아무리 찾아도 마음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으니
가져갈 수 없습니다."
"그러면 되었어,
내가 그대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네."

그 순간 신광은 활연히 대오(大悟)했다
자신의 불안하던 마음은 실상
진심(眞心)이 아니라 일종 허깨비였다는 것을.
진심이란 항상 안정되어 있는 것을.
본래부터 밝고 신령스러우며
일찍이 난 적도 죽은 적도 없음을.
이름도 모양도 지을 수 없다는 걸.
신광은 이리하여
마침내 달마의 수제자 되었고
혜가(慧可)의 법명으로
부처님 혜명(慧命)을 잇게 되었다.
중국선종(中國禪宗) 이조(二祖)로
길이 후세에 추앙을 받고 있다.

유형재 그림 글 엮음                            혜당 사경 달마도



by mosang35 | 2012/02/08 11:30 | 트랙백 | 덧글(0)

동정녀(童貞女)

동 정 녀 (童貞女)

지금은 어디서 늙고 있을 고
오빠 나 왔어!
春愛는 버스타고 기차타고
그 먼먼... 길을 그렇게 왔다

수줍어만 하는 내가 무엇이라고
소곱장난 같은 부푼 渴愛
그리운 몸부림으로 우리는
운명처럼 해여 졌고

이제 늙음도 만개해 버린 오늘
하얀 깃털 날려 첫사랑
그 간곳 더듬는 날 띄운다
童貞女 하얀 가슴에

2009, 8, 2. 혜당     연꽃 봉원사

by mosang35 | 2012/01/31 11:35 | 시(詩) | 트랙백 | 덧글(1)

달마(達磨)

3
달마는 아직도
전법의 시기가 먼 것을 간파한다.
양자강 건너 은신처 찾아
승산 소림사(少林寺)로.

양자강은 차라리
망망대해거늘.
갈대잎 깔고
달마는 태연히 그 위에 올라선다.
그 위풍당당함,
주장자 짚고 허공을 응시한다.
빠지기는 커녕
바위 위에 솟아있는
수미산인 양 하다.

거의 순식간에 피안에 가닿는다.
4
"저 사람 앉은뱅이 된 거 아냐?
벌써 구년째 면벽좌선이니."
"잠도 안 잔다구, 낮이나 밤이나
저렇게 부릅뜨고 있는데 말야
벽에 구멍이 안 뚫린 게 이상하지.
혹시 영영 바보된 게 아닐까?
자네 용기 있으면 살금살금 저 사람
뒤로 가서 대머릴 한 번 두들겨 보게나.
목탁 소리가 날 지도 몰라."
"예끼, 이 사람 못할 말이 없구먼."
*
해가 뜨고 해가 져도
꽃 피고 새 울어도
달마의 면벽좌선(面壁坐禪)에는 흐트러짐이 없다.
천둥번개 치며 폭우가 쏟아지건
또는 백설이 천지를 휘덮건
달마의 들숨 날숨에는 변화가 없다.
달마의 침묵
달마의 요지부동
그의 볼기 밑으로는 구천(九泉)에 까지.
허리 꼿꼿하게 앉아 있는 뒷모습은
꼭 이끼 낀 바위와 같다.
달마의 진면목(眞面目)
그것은 그의 크게 뜬 두 눈이다.
형형한 눈빛이다.
그의 정안정시(正眼正視) 앞에
그의 여성적(靈性的) 투시력(透視力) 앞에
그 본질을 드러내지 아니하는
인. 사. 물(人. 事. 物) 현상은 하나도 없다.
달마는 보는 사람
달마는 보는 사람
달마의 눈은
이제 시공을 초월해 있다.
                                                                 

108 달마  유형재  그림, 글 엮음                       달마도 사경 혜당


by mosang35 | 2011/04/03 12:35 | 달마도 | 트랙백 | 덧글(0)

달마(達磨)

1
진흙 속 어두운 연근(蓮根)에서
순수무구한 백련이 피어나듯
눈도 코도 없는 백팔번뇌에서
백팔보리의 눈 푸른 납자, 달마가 출연하다.

달마로 가득찬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
정법묘심(正法妙心)의 향기가 진동하네.

2
양(梁)나라 무제(武帝)가 달마에게 묻기를
"짐이 즉위한 이래
절 짓고
사경(寫經)하고
스님네에게 공양을 올리는 등
수없이 많은 불사를 해왔는데
그 공덕이 얼마나 될는지요?"
달마가 말하기를
"공덕 될 게 없습니다"
"무슨 뜻이지요?"

"그러한 일들은
비유컨데 형체에 따르는 그림자 같아서
비록 있기는 하나
실체가 아닌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참된 공덕입니까?"
"진정한 공덕이란 텅 비어 있어
청정하고 원융한 지혜를 말하는데,
이것은 세속적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습니다"
무제는 도무지 망연할 뿐이어서
또다시 묻는다.
"어떠한 것이 거룩한 불법의
근본 뜻입니까?"
"근본 자체가 공적(空寂)하여
거룩하다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면 짐을 대하고 있는 당신은 누구지요?"
"모릅니다."
무제는 된통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108 달마 유형재(兪衡在) 그림, 글 엮음 중에서           연꽃 세미원

by mosang35 | 2011/04/02 11:42 | 연꽃 | 트랙백 | 덧글(0)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